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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s/social science

유한계급론 - 소스타인 베블런

소유권이라는 개념은 야만시대 경쟁상황에서 처음 생겨났다. 

침략을 통해 전리품을 많이 소유한다는 것은 경쟁에서 많이 이겨왔다는것을 의미했고 성인남자에게 있어 이는 자신의 우월함을 과시하는 수단이었다. 

야만시대의 약탈 문화에서 벗어난 오늘날 더이상 전리품은 없다. 대신 전리품에서부터 비롯된 '소유'의 개념은 여전히 남아있고 전리품 대신 우리는 재화로 표시되는 '부'를 소유한다. 

사실 생각해보면 '부'를 소유한다는 것과 전리품을 소유한다는것은 별다른 연관성이 없어보이지만 우월함을 과시하는 수단으로서의 목적은 전리품에서 '부'로 온전히 넘어온 것 같다.

부를 소유하면 명예를 얻는다. 부는 세인들의 선망과 부러움을 사는 명예의 표시이다. 

이는 일부 사람들이 기본적인 생계유지와 육체의 안락을 충분히 누린 후에도 지속적으로 부를 탐하는 매우 설득력 있는 이유이다.(축적한 부가 크면 클수록 자신이 남보다 우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4.과시적 소비

자신의 부를 효과적으로 남에게 보일 수 있는 수단은 무엇일까? 자신은 돈이 너무 많아서 주체할 수 없다. 혹은 그 단계를 넘어서 나에게 돈은 이제 아무런 중요성을 갖지 못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리라.

그래서 비 생산적으로 재화를 소비하는 행위는 자신의 명예(품위)를 드러내는 명예로운 일이 되기에 이른다. 최대한 비 생산적으로 생활하는 것. 이것이 소위 유한계급(The leasure class)의 상징이자 목표가 되었다. 그들에게 있어 비 생산적으로 재화를 소비하는 것은 무엇보다도 용맹성의 표시이자 품위 있는 인가의 특권을 증명하는 명예로운 일이다.  

술이나 마약 같은 흥분제를 마음대로 복용하여 인사불성이 되거나 패악을 부리는 것은 오히려 그들이 그런 방탕을 즐길 수도 있는 우월한 신분에 있음을 간접적으로 증명하는 명예로운 표시가 되곤 했다.

사치라는 악덕의 징후들은 차츰 미덕으로 변질되었고 심지어 사치에 대한 공동체의 존경마저 강요하는 풍조가 나타난다.

반면 동시에 비천한 생산계급은 오직 생계를 위해 필요한 것들만 소비해야 한다는 일반원칙이 적용되었고 이번에는 똑같은 종류의 방탕에 빠진 여자들, 미성년자들, 빈민들에 대한 세인의 비난을 증폭시키게 된다. 이런 불공정한 전통적 차별은 현대인들처럼 좀 더 개명된 사람들 사이에서도 여전히 그 위력을 잃지 않고 있다. (패셔니스타인 유명 남자 연예인이 담배를 피는건 쿨한 일이고, 사창가의 여자가 담배를 피는건 추악한 모습으로 인식하는건 여기서 비롯되었다고 생각한다. - 이러한 전통적인 생각에 따르면 재산으로서의 여자는 오로지 생계유지에 필요한 것만 소비해야 하기 때문이다.)

유한계급의 남자는 자신의 부를 자신이 혼자 다 낭비적으로 소비하지 못하니 주변 후견인이나 가족들이 대신 소비를 해줘야 한다.

왜 유한계급에서 남자는 돈을 벌고 여자는 이를 소비만 하는 행태가 많이 관찰되는가?  - 야만시대 남자는 노동을 하지 않고 자신의 명성을 드높이기 위해 과시적 소비(비생산적 활동)에 몰두한다. 반면 여자는 비천한 생산적 노동에 종사하였다. 이게 발전하여 남자에겐 과시적 소비를 도와줄 하인들이 필요하게 되었고 실제로 집사, 식객 등이 이 역할을 담당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 노예적 관계가 사라진 사화에서는 하인이나 집사, 식객등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 대신 그들의 역할(과시적 소비를 돕는)을 부인이 대신한다.

그런데 여기서 웃긴게 이 사회에서 중하류층으로 전락한 남성들은 더 이상 과시적 소비를 하지 못하고 대부분 생산적인 일에 24시간을 투여해야 하는 샐러리맨으로 변화했음에도 불구하고 부인에게 일임된 과시적 소비를 돕는 역할은 여전히 유행의 형태로 남아 수위 집안일(비 생산적 활동), 예법 등을 지키는 일로 남아 없어지지 않고 유지되고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오늘날 남자가 일하고 여자가 소비하는 형태가 생겨나게 된 것인가보다.

사회를 구성하는 어떠한 계급도, 심지어 절대빈곤에 시달리는 빈민조차도 모든 관습적인 과시적 소비의 유혹을 떨쳐버리지 못한다. 이런 소비자들은 어느 정도 재력이 있음을 표시하는 최신 장신구들을 구입하거나 최신식 허영을 부리기 위해서라면 아무리 비참하고 열악한 생활도 감수할것이다. 

오늘날 우리는 본질적으로 재력의 격차에서 비롯된 차이를 심미적 혹은 지적 능력의 차이로 해석하게 되었다.

'낭비'라고 불리는 것은 인간의 생활이나 행복 전반에 도움이 되지 않지만 그런 소비를 선택하는 것은 소비자 개인의 입장에서 볼 때 그들에겐 유익한 행위이므로 비난할것은 못된다.

5. 생활수준을 결정하는 금력    

현대 사회의 대다수 사람들이 육체적 안락에 필요한 것보다 더 많은 소비를 하는 직접적인 이유는 과시적 소비에 지출하는 비용을 늘리기 위한 의도적인 노력이 아니라 인습적인 체면치레의 기준에 맞추어 소비하는 재화의 양과 질을 높이려는 욕망에 있다. 

그 체면치레의 기준은 유동적이며 무한정 확대될 수 있다.

관습에 따라 소비하는 품목들은 따지고 보면 거의 대다수가 순전히 낭비되는 것들이다. 

경쟁기질은 어쩌면 경제적 동기들 중에서 가장 강력하고 가장 민감하고 가장 항구적인 동기일 것이다. 산업사회에서 이러한 경쟁기질은 재산축적경쟁으로 표출된다. 

과시적 낭비의 욕구는 가장 원초적인 육체의 욕구를 채우고 남는 사회의 생산능력과 그 능력에 의해 생산되는 재화가 아무리 증가해도 그것들을 기꺼이 흡수할 태세를 갖추고 있다. 이 욕구는 무제한적으로 확대될 수 있다. 

산업사회 이후로 생산력이 증가하였지만 증산된 생산물들은 과시적 소비욕구를 충족시키는데만 전용되기에 이른다. 존 스튜어트 밀이 "문제는 지금까지 발명된 모든 기계들이 어떠한 인간의 노고도 덜어주지 못하고 있다는 데 있다"고 말할 수 있었던 것도 바로 이러한 과시적 소비의 요소가 대표적인 생활기준으로 엄존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과시적 소비의 결과 대부분의 계급들의 가정생활은 남들의 시선에 공개되는 부분은 분명히 갈채를 받지만 실질적인 내용은 초라하기 짝이 없다. 그와 같은 차별을 부수적인 결과로 사람들은 사생활을 남의 눈에 띄지 않게 숨기는 습관을 갖게 되고 이것이 발전되어 소위 Privacy를 존중해야 한다는 문화가 발달하게 되었다. 

명예로운 소비에 필요한 요건들을 필사적으로 갈망하는 계급들의 낮은 출산율은 어쩌면 과시적 낭비에 뿌리를 둔 생활기준에 필사적으로 적응하고자 하는 열망이 낳은 결과일지도 모른다. 자녀를 명예롭게 키우는 데 필요한 과시적 낭비와 그에 따라 증가하는 비용은 실로 대단하여 부모들의 과시적 소비를 매우 강하게 억제하는 역할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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